"옆 아파트 사는 김 씨는 보건소에서 공짜로 맞았다는데, 왜 우리 병원에선 50만 원을 달라고 하죠?" 지난주 서울의 한 내과 데스크에서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자녀가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으로 불리며 60대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치솟지만, 백신 가격표를 받아 드는 순간 대다수가 멈칫한다. 국가 필수예방접종이 아닌 탓에 사는 동네에 따라 지원금이 0원에서 전액까지 천차만별인 현실을 미리 알고 병원을 찾는 이는 드물다.
주소지 하나로 갈리는 혜택, 보조금24 확인이 먼저
전국 200여 개 지자체가 저마다 자체 조례로 대상포진 백신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준은 제각각이다. 어떤 지역은 만 65세 이상 전 주민에게 전액 무료로 놔주는 반면, 어떤 곳은 70세 이상 취약계층에만 한정하거나 아예 관련 예산이 없는 지자체도 수두룩하다. 대개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최소 1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붙는다.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 전 관할 보건소 예방접종실로 직접 문의하거나 정부24의 '보조금24' 맞춤형 혜택 조회를 통해 본인이 혜택 대상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민등록상 주소지 보건소에서 사전 예약을 받거나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안내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짜 생백신과 50만원 사백신, 무엇이 다를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백신은 거의 예외 없이 1회만 맞는 생백신(스카이조스타 등)이다. 병원에서 비급여로 맞으면 15만 원 안팎인 주사로, 1회 접종이라 간편하지만 예방률이 50~60% 수준에 머물고 시간이 지나면 면역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반면 최근 병원에서 권하는 사백신(싱그릭스)은 2~6개월 간격으로 2회를 맞아야 하며 접종비만 40만~5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예방 효과가 90%를 훌쩍 넘고 10년 가까이 면역이 유지되며, 항암 치료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면역저하자도 안전하게 맞을 수 있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결국 선택의 핵심은 '공짜 여부'가 아니라 부모님의 건강 상태와 지갑 사정의 균형점이다. 기저질환이 없고 비용 부담이 크다면 지자체 생백신 무료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당뇨나 만성질환이 있거나 과거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았던 가족력이 있다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확실한 방어력을 갖춘 사백신을 비급여로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아끼는 길이다. 병원 문을 열기 전 지자체 지원 자격을 조회하고 의사와 상담을 나누는 짧은 수고가 수십만 원의 낭비를 막는다.